세입자가 먼저 고친 수리비, 집주인이 안 줄 때 이렇게 받으세요
세 들어 사는 집에서 갑자기 보일러가 고장 났거나 누수 사고가 발생하면 정말 난감하죠. 특히 겨울철 보일러 고장이나 물이 새는 문제는 긴급하게 해결해야 하는데, 막상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청했더니 “바빠서 못 해준다”, “세입자가 알아서 해결하라”며 미루거나 거절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 세입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비용을 먼저 부담해서 고쳤는데, 이번엔 집주인이 "그건 네가 알아서 한 거니까 못 돌려준다"며 비용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합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언론 보도에서도 이와 비슷한 분쟁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해 두자면, 세입자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보일러나 누수처럼 기본적인 생활에 필수적인 설비가 고장 났다면 그 책임은 원칙적으로 집주인에게 있습니다. 세입자가 부당한 부담을 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오늘은 이런 상황에서 세입자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고, 집주인이 계속 책임을 회피할 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그리고 법적으로 나의 권리를 지키는 방법까지 명확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문제 발생!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갑작스러운 보일러 고장이나 누수와 같은 집안 문제는 당황스럽지만, 차분하게 처음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 임대차계약서를 확인해보세요. 계약서에 수리 책임에 관한 조항이 있는지, 예를 들어 경미한 수리는 세입자가 부담한다는 내용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 보일러나 배관 누수 등 주요 설비 고장이라면 일반적으로 임대인(집주인)의 수선 의무에 해당합니다. 임대차법상 집주인은 세입자가 집을 완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반대로 전구 교체 같은 소모품 교환이나 경미한 하자는 세입자 부담으로 볼 수도 있죠.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증거를 확보하세요. 고장 상황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겨 두고, 물이 새는 경우 응급 조치로 밸브를 잠그는 등 2차 피해 방지도 필요합니다. 그런 다음 집주인에게 바로 알리고 수리를 요청해야 합니다. 요청은 전화로 구두로 하는 것보다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처럼 기록이 남는 방식이 좋습니다. 그래야 이후에 집주인이 알았음에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됩니다. 요청 시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고, 세입자인 내 과실이 없으며 임대인의 수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전달하세요. 가능하다면 수리 업체의 견적서를 미리 받아 비용과 수리 내용을 함께 알려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집주인이 수리 요청을 무시하거나 거부할 때
대부분의 집주인이라면 세입자의 요청에 응해서 수리를 해주겠지만, 간혹 “당장 수리 못 해줘”라며 미루거나 아예 거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세입자로서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습니다. 우선 한 번 더 공식적으로 요청해 보되, 이번에는 내용증명을 통해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용증명은 우체국을 통해 발송하며, 언제 어떤 내용으로 요구했는지 증빙을 남길 수 있는 문서입니다. 집주인이 구두 요청을 무시했다면 내용증명을 받는 순간 적어도 “법적으로 문제를 삼을 수 있겠다”는 경각심을 느끼게 되죠.
내용증명에 담을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임대차계약 주소지와 당사자 정보를 적고, 고장 발생 일시와 상황을 상세히 기록합니다. 예를 들어 “○월 ○일 보일러가 고장 나 난방 불능 상태” 또는 “○월 ○일 누수 발생으로 천장 및 벽 손상” 등으로 문제가 발생한 사실을 명시하세요. 그 다음, 그간 구두로 여러 차례 수리 요청을 했으나 임대인이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경위를 적습니다. 그리고 법률적으로 임대인이 수리 의무가 있음을 강조하세요. 민법 제623조에 따라 “임대인은 계약 존속 중 임차인이 사용, 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해줄 의무”가 있음을 언급하고, 해당 고장이 세입자의 과실 없이 발생한 이상 임대인의 책임으로 수리되어야 한다는 점을 밝히세요. 아울러 이미 수리를 했다면 그 비용 환급을, 아직 수리 전이라면 즉시 수리해줄 것을 요구합니다. 마지막으로 요구 불이행 시 후속 조치도 경고해야 합니다. 예컨대 “내용증명 수령 후 ○일 이내 조치가 없으면 임차인이 직접 수리하고 비용을 청구하거나 월 차임에서 공제하겠습니다. 또한 임대인의 계속된 수선 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계약 해지 및 손해배상 청구도 고려할 것입니다.” 와 같이 명시합니다. 이러한 내용증명은 훗날 분쟁이 심화되었을 때 증거 자료로도 활용되니, 보내기 전에 빠진 내용이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세요. 만약 혼자 작성하기 어렵다면 증명이를 활용해보세요. 상황에 맞는 관련 민법 조항과 요구 사항을 정확히 담은 내용증명을 손쉽게 작성·발송할 수 있어요. 전문적인 내용증명으로 요청하면 집주인이 대처를 미루던 태도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을 때 – 분쟁조정부터 법적 절차까지
내용증명을 보냈는데도 집주인이 끝내 수리해주지 않거나, 이미 선조치한 수리비를 계속 지급하지 않는다면 세입자로서도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다행히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분쟁 해결 절차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상황에 맞게 아래와 같은 방법을 고려해 보세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신청 – 먼저 정부에서 운영하는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 위원회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에 발생하는 각종 갈등을 소송까지 가지 않고 신속하고 저렴하게 조정해주는 기관입니다. 실제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4조에서는 임대차 분쟁의 조정 대상으로 “임차주택의 유지·수선 의무에 관한 분쟁”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보일러 고장 수리비나 누수 피해 보상 문제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면 보통 한두 달 내에 조정 절차가 진행되고, 임대인과 임차인의 의견을 들은 후 합의안을 제시해 줍니다. 조정 절차는 당사자에게 비용 부담이 거의 없고 (또는 매우 저렴), 법률 전문가들이 중립적으로 개입해 원만한 해결을 돕습니다. 조정안에 서로 동의하면 확정 조정으로 분쟁이 마무리되고, 조정 조서가 작성되면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습니다. 만약 조정이 성립되지 않더라도 이 과정을 거친 노력은 나중에 법적 다툼에서 성의 입증이 될 수 있습니다.
소액심판 청구 (소액사건 재판) – 집주인이 끝까지 비용 지급을 거부한다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수순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 수리비 청구액이 크지 않은 경우 소액심판 절차를 통해 비교적 간단하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청구금액이 3천만 원 이하인 금전 지급 청구는 소액사건으로 다룰 수 있는데요. 보일러 교체나 누수 보수비용 정도라면 대부분 소액사건 범위에 들어갈 것입니다. 소액심판은 절차가 간이해서 한 두 번의 기일로도 종결되는 경우가 많고, 항소가 제한되는 등 신속하게 종국 확정되도록 법이 정하고 있습니다. 세입자는 집주인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여 이미 지출한 수리비의 상환을 청구하면 됩니다. 앞서 보낸 내용증명 사본, 고장 및 수리 관련 사진, 수리비 영수증, 그동안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하면 좋습니다. 법리적으로도 민법 제626조에 따라 임차인이 필요비(임차주택의 보존을 위한 필수비용)를 지출했을 때 임대인에게 그 상환을 청구할 수 있으므로(필요비 상환청구권), 승소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다만 소송은 시간과 절차가 좀 더 소요되므로, 합의 가능성이 있다면 소송 전 마지막으로 집주인에게 내용을 설명하고 협의해보는 것도 고려해보세요.
지급명령 신청 – 만약 소송까지 가기엔 번거롭지만, 집주인이 계속 버티는 상황이라면 지급명령 제도를 활용해볼 수도 있습니다. 지급명령은 법원이 상대방을 심문하지 않고 발부하는 일종의 독촉 결정으로, 임차인이 신청서를 내면 법원이 그것을 집주인에게 보내 비용 지급을 명령하는 절차입니다. 집주인이 특별한 이의 제기를 하지 않으면 빠르게 확정되어 바로 강제집행 등의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집주인의 재산에 대해 강제 집행하여 수리비를 회수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집주인이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면 결국 일반 소송으로 전환되므로, 집주인이 끝까지 다툴 태세인지 판단해서 선택해야 합니다. 그래도 비교적 간단한 서류 작업만으로 진행할 수 있어 많이 이용되는 절차입니다. 법원에 비치된 지급명령 신청서 양식에 따라 청구 금액과 이유를 써서 제출하면 되고, 우체국 내용증명 등 이미 보낸 자료가 있다면 함께 첨부해두면 좋습니다.
기타 법적 대응 및 임대차 계약 해지 – 위의 조치들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고장으로 인한 거주 환경 악화가 심각하다면 계약 해지를 고려할 수도 있습니다. 민법 제627조에 따르면 임차한 집의 일부가 고장 등으로 사용 불가능하고 그 책임이 임대인에게 있을 때 임차인은 차임의 감액을 요구할 수 있고, 사용 수익이 현저히 어렵다면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앞서 보낸 내용증명에서 한 차례 경고했다면 임대인의 중대한 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종료하고 이사를 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청구하면서, 보일러 고장이나 누수로 인해 입은 손해 (예: 다른 곳에 거처를 마련하느라 들어간 비용 등)가 있다면 그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계약 해지는 신중해야 하고, 이사를 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하세요. 그래도 알아둬야 할 점은, 집주인이 제대로 고쳐주지 않는 집에서 참고 지낼 의무는 세입자에게 없다는 것입니다.
법적 근거 및 알아두면 좋은 판례
민법 제623조 – “임대인은 계약존속 중 그 사용·수익에 필요한 상태를 유지하게 할 의무를 부담한다.” 집주인은 세입자가 거주하는 동안 집을 사용하기 적합한 상태로 유지해 줄 의무가 있음을 규정한 조항입니다. 보일러나 수도 배관처럼 집 사용에 필수적인 설비가 고장 난 경우, 이를 수리하는 것은 임대인의 의무임을 명확히 보여주는 법적 근거입니다.
민법 제626조 – 임차인의 필요비 상환청구권에 대한 조항입니다. 세입자가 임대차 목적물(집)의 보존을 위해 지출한 비용(필요비)은 임대인에게 상환 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보일러 수리비나 누수 보수비용 등이 이에 해당하며, 세입자는 나중에 이 조항을 근거로 법적으로 비용 반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관련 조항 –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임대인의 수선 의무를 직접 규정한 조항은 없지만, 제14조에서 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유지·수선 의무 관련 분쟁을 다룰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통상적으로 민법 규정을 따라 차임 연체 2기분(2개월치 월세에 해당하는 금액)이 발생하면 집주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보는데(민법 제640조 근거), 이는 주택임대차에도 적용됩니다. 다만 아래 판례와 같이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연체로 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 (2019년 11월 14일 선고, 2016다227694 판결) – 세입자가 보일러 수리 후 2개월치 월세를 지급하지 않은 사건에서 나온 판례입니다. 집주인이 보일러 고장 수리를 계속 미뤄서 세입자가 본인 돈으로 보일러를 교체한 뒤,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두 달간 월세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집주인은 이를 두고 “월세 2기 연체이니 계약 해지 사유”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세입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건물의 보존을 위한 필요비는 집주인이 부담해야 하므로 세입자가 지출했다면 돌려줄 책임이 있다. 집주인의 필요비 지급책임은 세입자의 차임 지급의무와 대응하는 관계이므로, 세입자는 지출한 필요비만큼 차임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기사) 결국 세입자가 두 달치 월세를 안 낸 것은 연체가 아니라 정당한 공제로 보아 임대차 계약 해지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판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세입자가 선지출한 수리비에 대해서는 법이 세입자의 편을 들어줍니다. 따라서 월세 세입자라면 집주인에게 내용을 충분히 알린 후 해당 비용만큼 월세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정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물론 공제 후에도 집주인이 문제를 삼을 수 있으므로, 앞서 언급한 내용증명 등으로 근거를 남겨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전세 세입자의 경우 월세가 없어 공제할 방법이 없으니, 향후 보증금 반환 시에 정산하거나 필요하면 앞서 설명한 소송 절차를 통해 받아내면 됩니다.
마무리: 안전하고 현명하게 권리 지키기
집에 하자가 생겼을 때 세입자가 취해야 할 대응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알리고, 증거를 남기고, 임대인의 의무를 환기시키세요.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내용증명으로 공식 요구를 하고, 이후에는 법적인 절차를 통해서라도 권리를 찾으면 됩니다. 겪어보지 못한 분쟁 상황이라 막막할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세입자를 도와줄 수 있는 제도와 법률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입니다. 전화 통화보다는 문자나 이메일, 내용증명처럼 증거가 되는 수단을 활용하세요.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면 가장 좋겠지만, 혹시라도 법적 다툼으로 이어진다면 이러한 기록들이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혼자 모든 과정을 진행하기 어렵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현명한 선택입니다. 임대차 분쟁 전문 상담을 받거나, 내용증명 작성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앞서 언급한 증명이 서비스를 활용해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세입자도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법은 세입자가 정상적으로 집을 사용할 권리를 보호하고 있으니, 부당한 상황에 놓였다면 위의 대응 방법들을 참고하여 소중한 권리와 금전적 피해를 지켜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