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문 닫고 잠적한 사장… 임금체불 대응 가이드
회사 폐업으로 급여·퇴직금 등이 밀려서 막막하신가요? 걱정스러운 마음이 크시겠지만, 체불 임금은 반드시 받을 수 있도록 법으로 보호되고 있으니 차근차근 대응해보겠습니다. 폐업 상황에 따라 대응 방법이 조금씩 다르므로, 아래 단계별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1. 폐업 형태에 따른 초기 확인 사항
먼저 회사 폐업이 어떤 형태인지 파악해야 합니다. 폐업 방식에 따라 추가로 취해야 할 조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법인 청산 진행 중인 경우: 회사가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거나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면 파산관재인이나 청산인에게 연락하여 임금 채권을 신고하세요. 법적으로 근로자의 최종 3개월분 임금과 최종 3년분의 퇴직금은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1순위 변제됩니다. 즉 회사 자산을 처분할 때 가장 먼저 근로자 임금부터 지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다만 파산 절차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변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이후 안내할 체당금 제도를 함께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폐업 신고 후 대표 연락 두절된 경우: 사업자가 세무서 등에 폐업신고는 했지만 임금 지급 없이 사라진 상황입니다. 이 경우 사업주 개인 연락처나 주소를 알고 있다면 시도해보되, 연락이 닿지 않아도 당황하지 말고 공식 절차를 밟으면 됩니다. 회사 정보(사업자등록번호, 대표자 이름, 마지막 사업장 주소 등)를 최대한 확보해 두세요. 이러한 정보와 근로계약서, 급여 명세서, 출퇴근記録 등은 추후 절차에 꼭 필요합니다. 폐업신고를 했더라도 임금 채무는 소멸되지 않고 사업주의 책임은 그대로이므로, 법적으로 대응하여 받을 수 있습니다.
사업주가 야반도주한 경우: 아무 예고 없이 밤새 도망가 버린 최악의 상황입니다. 현장을 갑자기 폐쇄하거나 잠적하는 경우인데요. 당황스럽겠지만, 다른 직원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우선 회사에 남아있는 서류나 PC의 급여 기록, 근로자 명부 등을 확보할 수 있다면 해두세요. 사업주의 행방이 묘연하더라도 아래 절차에 따라 내용증명 발송 → 노동청 진정 순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필요하다면 경찰에 사업주 소재지 파악을 요청할 수도 있으나, 임금 체불 자체의 해결은 결국 노동청과 법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2. 가장 먼저 할 일: 증거 확보 및 내용증명 보내기
임금체불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근거 자료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근로계약서, 임금명세서, 출퇴근기록, 미지급 임금 내역 등을 정리하세요. 자료가 준비되면, 사업주에게 공식적으로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는 절차를 밟습니다. 바로 노동청에 달려가 신고하기 전에, 우선 내용증명을 통해 밀린 임금 지급을 촉구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내용증명이란 우체국을 통해 “어떤 내용의 문서를 언제 보내고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으로, 추후 법적 분쟁 시 증거로 활용됩니다.
내용증명에는 다음 사항을 명확히 작성하세요:
근로 내역: 입사일과 퇴사일, 직위와 담당 업무 등 본인의 근무 정보를 적습니다.
체불 임금 내역: 월 급여액 또는 시급, 미지급된 기간과 금액을 산출하여 목록으로 쓰세요 (예: 2023년 10~12월 급여 ○○원, 2023년 퇴직금 ○○원 등).
임금 지급 요청: “위 금액을 ○월 ○일까지 지급해 달라”는 식으로 지급 기한을 명시하여 요청합니다.
미지급 시 조치: 기한 내 지급되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을 밝힙니다. (예: “기한 내 미지급 시 고용노동부 진정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임을 알려드립니다.”)
필요하다면 첨부 자료도 덧붙입니다. 근로계약서 사본, 급여명세서, 출퇴근記録 등 관련 증빙을 첨부하면 내용의 신뢰성이 높아집니다.
내용증명은 특별한 정해진 양식은 없으며 위 요소들을 갖춰 육하원칙에 따라 간결하고 사실 위주로 작성하면 됩니다. 작성한 문서는 가까운 우체국에 가서 내용증명 발송을 요청하면 됩니다. 우체국이 발송인과 수신인, 발송 날짜 및 문서 사본을 보관하여 추후 “보냈다”는 증명을 해주니 안전합니다. 참고로, 내용증명 작성이 어렵거나 빠뜨릴까 걱정될 땐 증명이 서비스를 통해 정확하고 쉽게 보낼 수 있습니다. 전문적인 템플릿과 검토 절차를 통해 초심자도 손쉽게 내용증명을 발송할 수 있으니 활용을 고려해 보세요.
💡 Tip: 내용증명을 보내면 사업주에게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내용증명을 받은 후 뒤늦게라도 임금을 지급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반대로 끝까지 무응답일 경우, 이후 노동청 신고나 소송에서 “지급 요청을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는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3. 고용노동부에 진정 제기하기
내용증명을 보냈는데도 기한까지 임금을 주지 않는다면, 지체 없이 고용노동부(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세요. 진정이란 임금체불 등 노동법 위반 사항에 대해 행정기관의 조사를 요청하는 신고 절차입니다. 가까운 노동지청을 직접 방문해 상담 후 진정서를 접수할 수 있고, 인터넷(고용노동부 민원마당)으로도 가능합니다. 진정서에는 본인 인적사항, 사업주 정보, 체불된 임금 내역과 경위를 적게 되어 있습니다.
진정 제기 시 준비하면 좋은 자료:
근로계약서 또는 입사확인서
임금명세서, 급여 통장 내역 등 임금 규모와 미지급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
출퇴근 기록이나 근무일정표 (근무 사실을 입증)
앞서 보낸 내용증명 사본 및 발송인증 (보냈다면 제출)
노동청에 진정이 접수되면 담당 근로감독관이 배정되고, 사업주에게 출석을 요구하거나 사실조사를 시작합니다. 감독관은 임금 체불 사실을 확인하고 사업주에게 지급을 지시하게 되는데, 이때 사업주는 보통 시정 기한(보통 2주 정도)을 받게 됩니다. 사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퇴직 후 14일 이내에 임금과 퇴직금 등을 지급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가 됩니다. 노동청 조사는 이런 법 조항에 근거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업주 입장에서도 임금체불은 형사처벌까지 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입니다. 실제로 거액의 임금을 체불하고 폐업·잠적한 사업주가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구속된 사례도 있습니다.
만약 사업주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끝내 지급 능력이 없다고 버틸 경우, 노동청은 체불 임금 확인서(체불임금 등·사업주 확인서)를 발급해 줍니다. 이 확인서는 사업주명, 체불 금액 등이 명시된 공식 문서로, 추후 체당금 청구나 민사소송에서 핵심 증거가 됩니다. 또한 감독관은 필요한 경우 사업주를 형사 입건(고소)하여 처벌 절차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진정을 넣은 근로자는 별도로 경찰에 고소하지 않아도 노동부를 통해 고소 절차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참고로 임금채권의 민사상 소멸시효는 3년이지만, 임금체불에 대한 형사상 공소시효는 5년입니다. 즉 퇴직 후 3년이 지나면 민사로는 청구가 어려워도 5년 이내라면 형사고소로 압박하여 받는 방법도 남아 있으니, 너무 늦기 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사례: A씨는 퇴사 후 14일이 지나도록 마지막 달 월급과 퇴직금을 못 받아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습니다. 감독관의 시정지시에도 사업주가 끝내 지급하지 않자, A씨는 체불임금 확인서를 발급받았습니다. 이후 정부의 간이 체당금 제도를 통해 밀린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었는데요, A씨 같이 내용증명 → 노동청 신고 → 체당금 신청 순으로 절차를 밟으면 체불임금을 보다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4. 체당금 신청: 정부를 통한 임금 지급 받기
노동청에 신고했는데도 사업주에게서 임금을 받지 못했다면, 정부가 대신 밀린 임금을 지급해주는 임금채권보장 제도, 일명 체당금(대지급금)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는 사업주가 도산(파산)하거나 사실상 지급 불능인 경우 국가가 근로자에게 일정 범위 내의 임금·퇴직금을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사업주에게 구상하는 제도입니다. 폐업 상황에서는 체불임금 해결을 위한 마지막 안전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체당금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일반 체당금 (도산체당금): 회사가 법적으로 도산했을 때 (법원의 파산선고 또는 고용노동부의 “도산 등 사실인정”을 받은 경우) 지급되는 체당금입니다. 주로 법인 파산이나 회생처럼 공식 절차가 진행 중인 경우 해당하며, 퇴직한 근로자만 신청 가능합니다. 지급 대상은 퇴직 전 최종 3개월분의 임금(휴업수당 포함)과 최종 3년간의 퇴직금 등이며, 월 정액 상한선에 따라 최대 약 1,000만원까지 지급됩니다. 일반 체당금을 받으려면 회사의 도산 절차 진행 중에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하면 되고, 앞서 발급받은 체불임금 확인서 등이 필요합니다.
소액 체당금 (간이대지급금): 회사의 도산 여부와 관계없이, 소송 없이도 비교적 신속하게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2020년부터 도입된 제도입니다. 재직자도 신청 가능하며, 노동청에서 체불임금 확인서를 발급받은 경우 등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지급 한도는 일반 체당금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수준으로, 근로복지공단에서 심사 후 지급합니다. 예를 들어 앞서 소개한 A씨 사례처럼, 사업주가 끝까지 임금을 못 줄 경우 노동청 확인서만으로 2개월 내에 정부가 대신 임금을 지급해주는 것입니다. 소액 체당금은 회사의 형식적 도산 여부에 얽매이지 않아 폐업신고 후 잠적이나 야반도주 같은 상황에서 유용합니다.
체당금 신청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체불임금 확인서 발급: 앞 단계에서 노동청이 조사 후 발급한 확인서가 있어야 합니다. (혹은 법원 판결문이 있는 경우 등도 가능하나, 보통 확인서로 충분합니다.)
근로복지공단 신청: 확인서를 가지고 근로복지공단에 체당금 지급을 신청합니다. 가까운 지사 방문이나 근로복지공단 온라인 서비스(고용산재보험 토탈서비스)를 통해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서와 신분증, 통장사본, 임금체불 증빙서류 등을 제출합니다.
심사 및 지급: 공단에서 요건 심사를 거쳐 지급 결정을 하면 지정한 본인 계좌로 체불 임금이 입금됩니다. 소요기간은 종류에 따라 다르나, 앞서 법 개정으로 절차가 빨라져 약 2개월 정도로 단축되었습니다.
✏️ 주의: 체당금을 받기 위해서는 신청 기한을 유의해야 합니다. 일반 체당금의 경우 퇴직일로부터 1년 이내에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2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해야 정부에 대지급금 청구 자격이 유지됩니다. 소액 체당금도 진정을 통한 확인서 발급이 필요하므로, 퇴직 후 1년 이내에 노동청에 신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행히 앞서 단계별로 진행했다면 이 요건은 충족되었을 것입니다.
체당금으로 정부로부터 받게 되는 금액은 법으로 정한 한도 내에서 우선 지급되는 것이므로, 혹시 내가 받아야 할 금액에 비해 적더라도 나머지 금액에 대한 권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정부가 사업주로부터 구상권을 행사해 회수하게 되지만, 현실적으로 회수율이 낮아(2018~2022년간 25% 회수) 근로자가 직접 받아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체당금으로 대부분을 확보하고, 추가 금액은 다음 단계의 방법으로 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추가 법적 조치 및 마무리
체당금으로 밀린 임금을 받았다면 일단 급한 불은 끈 것입니다. 그러나 체당금으로도 해결되지 않은 잔여 금액이 있거나, 회사에 남은 재산으로부터 추가로 변제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민사 절차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체당금 한도를 초과하는 임금이 남았거나, 회사에 숨겨진 자산이 파악되는 경우입니다. 이때는 법원에 지급명령 신청이나 민사소송을 통해 판결을 받아 강제집행(예금 압류, 재산 경매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민사소송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대한법률구조공단을 통해 소송구조를 신청하면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법률 지원을 받을 수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소송을 통해 승소하면 법원 판결로 인정된 체불 임금에 대해서는 지연이자 20% (연 20%)가 가산되어 지급명령일 다음날부터 실제 지급일까지 계산된 이자를 추가로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지연이자율로, 체불에 대한 페널티이니 권리를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폐업 후 임금체불 상황을 겪은 근로자는 큰 정신적 스트레스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법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계를 꾸리기 위한 다른 수입원도 고민해야 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정부에서 밀린 임금을 일정 부분 대지급해주는 등 보호장치를 마련해두고 있으니, 위의 절차대로 하나씩 따라가 보세요. 법은 여러분 편에 있습니다. 힘든 상황이겠지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권리를 주장하시기 바랍니다. 필요한 경우 전문가(노무사, 변호사) 상담도 병행하면 더욱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