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거 맞는데…" 차용증 없는 돈 거래, 돌려받는 현실적인 방법
가까운 친구나 연인 사이라서 차용증 없이 돈을 빌려주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법적으로 꽤 난처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차용증이 없다면 이 돈을 빌려준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어렵습니다. 돈을 받은 쪽에서는 “그냥 준 돈(증여)”이나 “투자금” 또는 “대가 없는 지급”이라고 주장할 수 있고, 빌려준 쪽에서는 “분명히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하게 되죠. 실제로 차용증이 없을 경우 법원에서도 돈을 준 경위에 따라 증여로 볼지, 대여(소비대차)로 볼지 판단이 갈립니다. 예를 들어, 상식적으로 큰 돈을 주었다면 나중에 돌려받기로 한 약속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대로 차용증까지 쓰지 않았다면 “선물로 준 것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합니다.
결국 빌려준 사람이 돈을 돌려받으려면 민사소송에서 “이 돈을 빌려준 것이다”라는 사실(소비대차 계약의 존재)을 입증해야 합니다. 민법상 금전 소비대차(돈을 빌려주는 계약)는 당사자 간에 “돈을 주고 나중에 같은 금액을 돌려받기로 약정”하면 성립하는 것으로, 꼭 서면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즉 구두 약속만으로도 계약은 성립하지만, 문제는 이를 증명할 증거가 없으면 법정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민사소송에서는 입증 책임이 돈을 돌려달라고 주장하는 사람(채권자)에게 있기 때문에, 차용증 같은 결정적 증거가 없다면 빌려준 사람이 불리합니다. 실제 재판에서도 “차용증이 없을 뿐이고 사실은 빌려준 돈”이라는 것을 입증하려면 여러 정황증거를 종합해야 하고, 이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드는 일입니다. 차용증이 있었더라면 한 장으로 끝날 일을, 없으면 증거를 여러 개 모아 퍼즐을 맞추듯 해야 하므로 애초에 차용증을 작성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이미 일이 벌어졌다면, 이제부터라도 증거를 최대한 확보하고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친분 관계나 돈을 준 경위에 따라 법원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가족·친구·연인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리고 금액이 소액일수록, 차용증이 없으면 그냥 준 돈(증여)으로 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업무상 돈 거래를 해온 사이이거나, 금액이 크고 특정 목적에 쓰인 돈일수록 대여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인 사이 금전거래 소송: 빌려 준 돈? 그냥 준 돈?). 예를 들어 “친구가 사업자금이 급하다고 해서 1억 원을 송금했다”는 경우와 “연인에게 용돈처럼 몇십만 원씩 건넸다”는 경우는 사정이 다르죠. 후자의 경우는 호의로 준 돈으로 볼 여지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간접 정황까지 모두 고려되므로, 차용증 없이 빌려준 상황이라면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초기 대응: 증거 확보가 최우선
차용증이 없다면 무엇보다 “돈을 빌려주었다”는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다행히 차용증이 없더라도, 다른 형태의 기록이나 자료가 충분히 증거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증거 자료들을 모아두세요:
송금 기록: 은행 계좌이체 내역이나 현금 영수증 등이 있다면 기본적인 증거가 됩니다. 가능하다면 이체할 때 통장 메모란에 “대여” “차용” 같은 내용을 적어두었다면 더욱 좋지만, 메모가 없더라도 송금 사실 자체로 “돈을 건넨 사실”은 입증할 수 있습니다. 특히 큰 돈을 현금으로 직접 주었다면 증명하기 어려우니, 반드시 계좌이체 등의 기록이 남는 방법을 쓰는 게 바람직합니다.
메시지 내용: 돈을 주고받은 이후에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 대화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됩니다. 예컨대 상대방이 “고마워, OO야. 다음 달에 꼭 갚을게” 라고 보냈거나, 당신이 “이번 주까지 입금해줘”라고 독촉한 카톡에 상대가 “알겠어”라고 답한 경우 등이 있습니다. 이런 대화 내용은 차용증에 버금가는 유력한 간접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법원도 “채권자가 ‘돈 언제 갚을 거냐’고 문자 등을 보낸 사실” 자체를 빌려간 사람이 빚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정황증거로 인정한 사례가 많습니다. 다만, 상대방이 아무 답을 하지 않았거나 대화를 회피한 경우에도 일단 메시지를 보낸 자체는 기록으로 남겨두는 게 좋습니다. 나중에 상대가 “장난인 줄 알고 무시했다”는 식으로 주장할 수도 있지만, 끈질기게 독촉한 내역이 있으면 적어도 채권자가 지속적으로 변제 요구를 했다는 근거가 됩니다.
통화 녹음: 전화 통화 내용을 녹음해 두는 것도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본인이 대화 당사자인 경우 통화 녹음은 합법이므로, 상대가 빚을 인정하거나 언제 주겠다고 약속하는 통화를 했다면 그 내용을 녹취해 두세요. 예컨대 상대방이 통화에서 “이번 달말까지 줄게”, “미안한데 좀만 더 기다려줘” 등의 말을 했다면 채무를 인정한 셈이므로 나중에 뒤집기 어렵습니다. 통화 이후에 녹취록을 작성해 두거나, 중요한 부분은 문자로 재확인 받아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기타 증빙 자료: 돈을 빌려준 이유나 정황을 보여주는 자료도 도움됩니다. 예를 들어 “OO의 병원비를 대신 내줬다”, “사업 자금으로 급히 필요하다고 해서 보냈다”처럼 용도를 알 수 있는 내용의 문자, 이메일, 메모 등이 있다면 유리합니다. 또한 일부라도 상환받은 내역이 있으면 (예: 이자 지급, 원금 중 일부 반환) 이는 “애초에 빌린 돈이라 일부라도 갚은 것”이라는 강력한 증거가 됩니다. 실제 소송에서도 이자를 몇 번이라도 입금한 사실이 드러나면 차용증 못지않게 대여 관계를 입증하는 근거로 활용됩니다.
Tip: 증거 자료는 원본 그대로 보관하고, 필요시 출력 또는 파일 백업을 해두세요. 카카오톡 대화는 캡처하거나 PC버전으로 내보내기 해두고, 문자메시지도 화면 캡처 또는 통신사 서비스로 백업합니다. 통화녹음 파일은 안전한 곳에 저장하세요. 나중에 소송을 할 땐 이런 자료들을 증거목록으로 제출하게 됩니다. 또한 가능한 한 빨리 증거를 확보해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대화 내용이 삭제되거나, 휴대폰을 교체하면서 자료가 유실되는 일이 흔합니다.
그리고 혹시 여력이 된다면, 나중에라도 차용증을 만들어 둘 수 있으면 가장 좋습니다. 이미 돈을 건넨 뒤라도 사후에 차용증을 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때는 “실제 돈을 빌려준 날짜와 금액, 변제 기한” 등을 명시해서 작성일과 무관하게 효력이 있도록 하면 됩니다. 다만 이미 사이가 틀어졌다면 현실적으로 차용증을 새로 받기는 어려울 수 있으니, 차용증 없이도 입증할 수 있는 위와 같은 다양한 증거 확보에 집중해야 합니다.
돈을 안 갚을 때 내용증명 보내는 법
아무리 독촉해도 상대가 계속 갚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법적 절차의 첫 단추로 “내용증명”을 보내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내용증명우편은 간단히 말해 “내가 어떤 내용의 요구를 언제 발송했다”는 사실을 우체국을 통해 공식적으로 증명받는 제도입니다. 즉 채권자인 내가 “OO에게 언제까지 돈을 갚으라”는 서신을 보내면, 우체국이 그 발송 사실과 내용, 발송일자를 공적으로 인증해 줍니다. 이것은 받는 사람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주는 효과가 큽니다. 그냥 구두로 독촉할 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채무자도, 내용증명 우편을 받으면 “정말로 법적 조치를 밟으려나보다” 하고 긴장하게 마련입니다. 특히 변호사 이름으로 내용증명을 보내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언제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일반적으로는 상대방이 약속한 변제기한이 지났는데도 갚지 않을 때, 혹은 여러 차례 구두로 독촉했음에도 미루기만 할 때 내용증명을 발송합니다. 너무 초기에 보낼 경우 오히려 협의 가능성을 해칠 수도 있으므로, 직접적인 요청을 했음에도 상대가 응하지 않는 시점이 적절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 달까지 꼭 갚겠다”고 해놓고 지나도 안 갚으면 바로 보내고, 만약 변제 기한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기다렸다고 판단되는 시점(몇 달 이상 경과 후)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식입니다. 이때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최종 변제기한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본 내용증명을 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변제하라”는 식으로 최후통첩을 하는 것이죠.
내용증명 작성 방법: 특별한 형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포함해야 할 핵심 내용이 있습니다: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빌려줬는지 – 채권자와 채무자의 이름(또는 상호), 주민번호나 생년월일, 주소 등 신원을 명확히 적고, 빌려준 금액과 날짜를 씁니다. 예: “2023년 5월 10일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일금 5,000,000원을 대여하였다.”
변제 약정 및 현재 상황 – 언제까지 갚기로 했는지 약속이 있었다면 적고 (약정한 기한이 없다면 통상 요청 시 즉시 변제해야 함을 언급), 지금까지 미지급되고 있다는 사실을 서술합니다. 예: “애초 2023년 8월 10일까지 변제하기로 하였으나 현재까지 변제받지 못했다.”
반환 요청과 기한 통지 – 돈을 돌려달라는 요구와 함께, 일정 기한을 정해 이행을 촉구합니다. 예: “본 내용증명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내에 위 금액 전액을 변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미이행 시 조치 – 마지막으로, 이 기간 내 갚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경고하는 문구를 넣습니다. 예: “만일 정해진 기한 내 변제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민사소송 제기 등 법적 대응을 취할 것임을 통지합니다.”
내용증명 문서는 육하원칙에 따라 간결하고 사실 위주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감정적인 비난이나 불필요한 내용은 피하고, “빌려준 돈이니 갚아라”는 취지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작성합니다. 문서 맨 위나 아래에는 발신인(보내는 사람)과 수신인(받는 사람)의 이름과 주소를 정확히 기재해야 합니다. 작성이 끝나면 원본 1부와 동일한 사본 2부, 총 3부를 준비합니다. 우체국 창구에 가서 내용증명 우편 접수를 요청하면, 우체국 직원이 원본과 사본을 대조 확인하여 도장을 찍고 처리합니다. 한 부는 우체국이 보관하고, 한 부는 상대방에게 등기우편으로 보내며, 마지막 한 부는 보내는 사람이 보관합니다. 우편 발송 후 배달증명까지 신청하면 상대방이 언제 수령했는지도 공식 확인이 가능합니다.
Tip: 최근에는 꼭 우체국을 직접 가지 않아도 인터넷우체국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내용증명을 발송할 수 있고, 모바일 앱이나 법률 플랫폼을 이용해 쉽게 작성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증명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정해진 양식에 따라 내용을 입력하여 편리하게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고 기록을 남길 수 있습니다. 본인이 직접 작성하기 막막하다면 법무사나 변호사에게 내용증명 작성 및 발송을 의뢰할 수도 있습니다 (비용이 들지만 심리적 압박 효과는 올라갑니다).
내용증명의 효력: 내용증명 자체는 상대방을 바로 법적으로 제재하는 효력은 없습니다. 즉,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해서 당장 돈을 강제로 받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법원의 판결처럼 구속력 있는 명령이 나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앞서 말했듯 채무자에게 갚으라는 공식 요구를 했다는 점을 증명하기 때문에 이후 소송 시에 유리한 정황증거가 됩니다. 또한 소멸시효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민법상 채권의 소멸시효는 일반적으로 10년인데, 채권자가 내용증명으로 지급 청구를 했다는 사실이 우체국에 의해 공식 증명되면 훗날 시효 완성 여부를 다툴 때 “이 때 권리를 행사했다”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내용증명 보냈다고 시효가 바로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채무자가 그 내용증명에 응답하여 일부라도 지급의사를 밝히면 시효가 리셋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내용증명을 받고도 무응답으로 일관했다면 채무자가 나중에 법정에서 “갚을 생각이었다”고 주장하기가 더 어려워지겠지요. 반대로 내용증명을 받았을 때 채무자가 “이 돈은 빌린 게 아니라 받은 거다”라고 답신을 보내온다면, 분쟁이 명확해지는 것이니 그 또한 향후 소송에서 증거자료로 활용하면 됩니다.
실제로 내용증명 한 통만으로도 돈을 돌려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설마 소송까지 하겠어” 하고 버티다가도 내용증명을 받으면 태도가 달라지는 일이 흔하거든요. 물론 어디까지나 심리적 압박 수단이므로,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무조건 돈을 돌려받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소송 전에 마지막으로 해볼 수 있는 강력한 조치이니, 아직 미지불 채무가 남아있다면 한 번 시도해 볼 가치가 있습니다.
그래도 안 갚으면? 지급명령 신청이나 소송 제기
내용증명까지 보냈는데도 상대가 끝내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이제는 강제력 있는 법적 절차로 넘어가야 합니다. 보통 생각하는 것이 민사소송(대여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소송은 시간과 비용이 꽤 들고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그 전에 한 단계 더 간단한 절차인 “지급명령” 신청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지급명령 제도 활용
지급명령이란 법원이 채권자의 신청만으로 별도 재판 절차 없이 바로 지급을 명하는 명령을 내려주는 것입니다. 이는 법정에 출석할 필요도 없고 서류심사로 이루어지며, 채무자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됩니다. 장점은 소송보다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든다는 것입니다. 인지대나 송달료 등도 소액이고, 비교적 빨리 법원의 명령서가 나오므로 빨리 승소 판결문을 얻는 효과를 볼 수 있죠.
지급명령 신청 요건: 돈을 빌려준 경우처럼 “돈을 달라”는 청구라면 대부분 지급명령 신청이 가능합니다. 법원에 지급명령신청서와 입증 자료(계좌이체 내역, 문자 대화 등 앞서 준비한 증거들)를 제출하면 됩니다. 다만 지급명령을 신청하려면 상대방의 인적 사항과 주소를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법원이 채무자에게 지급명령서를 송달해야 하고, 이것을 채무자가 받아야만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주소를 모른다거나 송달이 안 되면 지급명령 절차는 진행되지 않습니다. 또한 상대방이 해외에 있는 경우 등에는 지급명령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지급명령 절차의 결과: 법원이 일단 지급명령을 발령하면, 채무자에게 송달되고 채무자는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지급명령이 확정되어 확정판결과 똑같은 효력이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채무자가 이의신청을 하면 결국 정식 민사소송으로 전환됩니다. 애초에 다툼이 있어서 버티던 사람이라면 이의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렇게 되면 처음부터 소송을 한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버리므로, 지급명령을 신청한 시간이 다소 허비되긴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의미가 없진 않은데요.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지급명령 신청 자체가 소장이 된 것으로 간주되어 소송이 이어지므로,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는 건 아닙니다. 다만 처음부터 소송을 제기한 것보다는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채무자가 비교적 순순히 받아들일 상황(예: 명백히 빌린 돈이라 본인도 부당함을 모르지 않는 경우)에는 지급명령이 유용하지만, 끝까지 다투려는 상대라면 곧바로 소송을 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판단하기 애매하다면, 내용증명에 반응하지 않은 태도나 그간의 언행을 보고 결정해야 합니다. 혹은 법률 전문가와 상담하여 지금 지급명령을 해보는 게 좋을지 의견을 구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민사소송 (대여금 반환 청구)
최후의 수단은 민사소송을 통한 대여금 반환 청구입니다.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이 원고(채권자)와 피고(채무자)의 주장을 들은 뒤 판결로 갚을 돈이 있다/없다를 판단하게 됩니다. 앞서 말한 대로, 차용증이 없는 소송에서는 채권자가 여러 간접증거를 종합 제출하여 돈을 빌려준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피고는 보통 “빌린 적 없다”, “그 돈은 증여받은 것이다” 등으로 대여 자체를 부인하거나, 또는 “이미 갚았다”, “탕감해준 돈이다” 등 채무 소멸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실제 법정에서는 서로 상반된 주장이 부딪치기 때문에, 누구 말에 더 신빙성이 있는지 판사가 판단하게 됩니다.
소송까지 가게 되면 준비해둔 증거자료들이 판가름을 좌우합니다. 증거가 부족하면 돈을 빌려준 사실을 인정받지 못해 패소할 수 있지만, 증거만 탄탄하다면 차용증이 없어도 이길 수 있습니다. 예컨대 상대방이 보인 수상한 행동이나 모순되는 주장도 재판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법원도 “당사자들의 관계나 돈을 준 맥락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차용으로 보이는데, 단지 차용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갚을 의무가 없다고 우기는 건 곤란하다”는 취지로 판단하기도 합니다. 즉, 판사도 얻은 인상이나 상식적 판단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민사소송을 거쳐 승소 판결을 받으면, 그 판결문을 가지고 강제집행(상대방 재산에 대한 압류 및 추심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송은 1심 판결까지 수개월 이상 걸릴 수 있고, 상대가 항소하면 더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 동안에도 이자는 법정이율로 계산되어 붙게 되므로(현재 연 5% 또는 6% 정도), 결국 받을 돈이 늘어나긴 하지만 시간·비용 소모는 각오해야 합니다. 금액이 비교적 적은 사건(소액사건, 3천만 원 이하)은 소액사건심판절차로 비교적 신속히 진행되고 서류도 비교적 간소화되어 있습니다. 법원을 통한 조정 절차를 활용하여 합의로 마무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고려하세요. 금액이 크거나 쟁점이 복잡한 경우에는 변호사 선임이 든든한데, 빌려준 돈이 적어서 변호사 비용이 부담된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무료 법률상담이나 소송구조를 문의해 볼 수도 있습니다. 특히 빌려준 돈이 300만 원 이하의 소액이라면 소송 전에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일 수 있다는 조언도 있습니다.
관련 법적 근거와 실제 사례
민법 제598조(소비대차)에서는 “당사자 일방이 금전 기타 대체물의 소유권을 이전하고, 상대방은 동종・동질・동량의 물건으로 반환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소비대차는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합니다. 쉽게 말해, 돈을 빌려주는 계약(소비대차)은 “빌려주고 나중에 같은 돈을 돌려받기로 약속”하는 순간 효력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차용증이 없더라도 구두로 빌려주기로 한 약속만으로도 법적 채권관계는 성립합니다. 문제는 앞서 설명한 대로 그 약속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민법 제162조 제1항에서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고 정하고 있어요즉, 돈을 빌려준 뒤 10년 동안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법적으로는 더 이상 돌려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오래 끌지 말고 적절한 시점에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만약 10년이 다 되어간다면 내용증명을 보내 채무자가 시효이익을 포기하는 발언(예: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 – 이것도 채무를 인정하는 것이므로)이라도 끌어내면 시효를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제 사례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의 한 사건에서, 친구 사이에 차용증 없이 거액을 빌려준 경우가 있었습니다. 돈을 받은 친구는 나중에 갑자기 “그 돈은 선물로 준 거였다”며 증여 주장을 했고, 돈을 빌려준 쪽은 억울한 상황이 되었죠. 이 사건에서 채권자는 은행 대출까지 받아 친구에게 돈을 건넸고, 이후에도 친구가 “조만간 정리해서 보내줄게”라며 약속을 미루는 카톡 메시지 내역, 수차례 독촉한 기록 등을 증거로 제출했습니다. 법원은 비록 차용증은 없었지만 여러 간접증거와 정황을 통해 실제 대여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하고, 원고(돈 빌려준 사람)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결국 채무자는 전액 변제는 물론 이자까지 물게 되었죠. 이처럼 차용증이 없어도 포기하지 말고 증거를 모아 대응하면 승소할 수 있는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반대로, 증거가 부족하거나 돈을 준 경위를 납득시키지 못하면 패소할 위험도 있으니 각별히 준비해야 합니다.
언론 보도를 보면, 헤어진 연인 사이에 돈 문제로 소송이 나는 경우도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연인 관계에서는 차용증을 잘 안 쓰다 보니 나중에 “빌려준 돈 vs 준 돈”을 두고 다투게 되는 것이죠. 법원은 연인 사이라고 해서 특별한 법이 적용되는 건 아니며, 결국 둘이 돈을 주고받을 당시의 의사를 어떻게 입증하느냐에 따라 판결이 갈린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어느 사건에서는 여자친구가 남자친구 계좌로 생활비 등을 송금한 것이 “호의로 준 금품”으로 인정돼 패소하기도 했고, 반대로 거액의 금전을 주고받은 경우 “연인 사이라도 이렇게 큰 돈을 이유 없이 주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대여로 본 판례도 있습니다. 핵심은 돈을 준 의도와 정황을 설득력 있게 증명해내는 일입니다.
마무리 조언
친한 사이일수록 돈 문제로 법적 다툼을 하게 되면 마음의 상처가 크지만, 결국 내 돈을 지키는 일은 내가 나서야 합니다. 처음에는 믿고 기다려주며 좋게 해결하려 했다가도, 계속 핑계대고 연락을 피한다면 더 이상의 기다림은 금물입니다. 법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증거가 없으면 법도 도와줄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차용증 없이 빌려준 돈이라도 법적으로 받을 방법은 충분히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차근차근 대응해보시기 바랍니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너무 감정적으로 대하기보다는 증거와 절차에 따라 냉정하게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돈 문제를 깔끔히 해결하고 마음의 부담을 덜어내시길 바랍니다.
잊지 마세요: 서류 한 장이 당신의 돈을 지켜줍니다. 앞으로는 친한 사이일수록 차용증을 써두는 습관을 가지는 것도 잊지 마세요. 만약 지금 당장은 차용증이 없다 해도, 오늘 안내해드린 방법들을 따라 순서대로 대응한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행운을 빕니다!